• 2023. 5. 4.

    by. 수수한.

    봄이 지나가고 여름을 알리는 7번째 절기, 입하. 초여름 시작의 절기인 입하에 대한 내용과

    전해 내려오는 속담과 민담을 알아봐요.

    입하 썸네일

     

    입하에 대해서

    오늘은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 입하(立夏)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입하는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위치한 절기로 입하라는 단어의 뜻 그대로 여름이 시작됨을 뜻합니다. 아직은 봄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음력으로는 4월에 해당하고, 양력으로는 태양이 45도 각도에 위치한 5월 5일부터 여름으로 간주합니다. 이 기간에는 본격적으로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바쁜 시기가 됩니다. 

     

    다른 말로 입하는 "보리가 익을 즈음의 서늘한 날씨"를 의미하는 말로, 맥량(麥凉) 또는 맥추(麥秋)라고도 불립니다. 또한 이 시기는 아주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기 전인 초여름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초여름이라는 뜻에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보리가 익을 무렵이라는 말은 농작물이 수확 가능한 시기가 되었다는 뜻으로, 이는 농업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기 전인 이 시기는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새싹 이미지

    절기상 여름의 기간은?

    입하는 보통 음력으로는 4월, 양력으로는 5월 6일 무렵입니다. 여름의 시작이라고 절기에는 되어있지만 사실상 아직 완연한 여름이라고는 보기 힘들 수 있습니다. 

     

    절기 상으로 여름 기간을 명확하게 구분해 보자면 음력에서는 보통 4월에서 6월까지 석 달을 여름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날씨로 구분하자면 입하인 양력 5월 5,6일 이후부터 입추(立秋) 전날인 양력 8월 7,8일 정도까지를 여름으로 보는 것이 더 비슷합니다.  다만, 24 절기는 중국 화북 지역의 기후 조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기후와는 정확히 맞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입추 절기는 매년 8월 7일이나 8일 정도이며, 무더운 여름이 가장 극심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는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즐기는 시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입추가 지난 처서 절기 정도 되어야 가을이 시작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며 9월 초가 되어서야 서서히 쌀쌀해지는 가을의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입하 절기의 옛날 모습

     

    입하가 찾아오면 이미 봄은 완전히 지나가서 산과 들에는 초록빛이 완연합니다. 이때가 되면 밭에는 참외가 꽃이 피고, 보리 이삭들도 밭에서 무럭무럭 솟아나는 시기입니다. 농업을 업으로 하던 우리나라에서는 입하가 오면 과거엔 묘판에 싹을 틔워 쌀농사를 준비했으며, 밭에서는 잡초가 많이 올라올 때라 밭매기에 힘을 쏟던 시기입니다.

     

    또, 집안에서는 부인들이 누에를 키우느라 여념이 없는 시기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뽕나무 잎과 누에가 잘 자라는 시기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새싹이 많이 올라오는 시기인 만큼 녹차도 많이 올라올 때라 녹차를 재배하고 차를 마시는 시기이기도 했으며 나물 중에서는 쑥이 가장 잘 올라오는 시기라 쑥에 관련된 떡이나 나물 같은 음식을 많이 먹던 시기라고 합니다.

     

    입하에 관련한 속담들

     

      • 옛날 재래종 벼를 재배하면서, 입하 무렵에는 한창 못자리를 하게 되어 바람이 불면 볍씨가 몰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때 때로는 못자리 물을 빼서 피해를 방지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물을 빼는 것이 왜 효과적일까요? 이는 바람이 강하게 불면, 이삭이 깨어지거나 뿌리가 뽑히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물을 빼는 것은 농작물을 지켜내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는 말이 전해지게 된 것입니다.

     

      • '입하 일진이 털 있는 짐승날이면 그해 목화가 풍년 든다'는 말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해는 목화가 많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눈이 많이 내리면, 온도가 낮아져서 해충의 발생이 억제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눈이 녹을 때 얼음이 녹아 목화에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기 때문에, 좋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입하 일진이 털 있는 짐승날이면 그해 목화가 풍년 든다는 말은, 농부들 사이에서 익히 알려진 속설입니다.

     

        • 입하가 다가오면 모심기가 시작되므로 농가에서는 '입하물에 써레를 싣고 나온다'는 말도 있습니다. 모심기는 단지 농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농부들은 이 시기에 들로 써레를 싣고 나와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와 재료를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합니다.

     

        • 재래종을 심던 시절에는 입하 무렵에 물을 잡으면 근 한 달 동안을 가두어 두기 때문에 비료분의 손실이 많아 농사가 잘 안 된다는 뜻으로 "입하에 물 잡으면 보습에 개똥을 발라 갈아도 안 된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벼를 재배하는 데 있어서, 물은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따라서 입하에 물을 가둬 두게 되면, 물이 부족해지는 시기에도 농작물의 수분 공급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물을 보존하게 되면, 비료분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농작물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들이 물과 함께 유실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입하에 물 잡으면 보습에 개똥을 발라 갈아도 안 된다."는 말은, 물의 보존과 농작물의 성장을 위한 영양소 보존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